잠깐 여행을 다녀왔더니 세상의 색이 달라졌다.

평소와 딱히 다름없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시간이 흐르긴 했나 보다.
지난 3개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16명이서 몇 평도 안되는 방에 생활해보기도 하고
총도 쏴보고, 200인분의 설거지도 해봤다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체력시험을 보질 않나
기고 뛰고 소리 지르는 건 기본이었다.
물론 버겁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충분히 버틸 만 했고, 얻은 것도 많았다
한 마디로 적절한 결핍이랄까
결핍의 부재는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결핍을 가져야만 겪을 수 있는 것도 있다.
그리고 다행히도 인간의 뇌는
지나간 시간을 왜곡하고 좋은 기억만 되도록 기억하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에
결핍 이후에는 고통은 까마득히 잊어버린다.
멍청하지만 합리적이다. 진화를 통해 얻은 것들은 항상 유용하기 마련이다.

특히 이번 여행에서는 '편지'라는 아주 좋은 매체를 발견했다
4차 산업혁명을 넘어 메타버스로 향하는 21세기에 손편지는 구세대의 산물로 취급받지만,
3개월 동안 약 50장의 편지를 쓰고 그보다 배는 많은 편지를 받으면서
상당히 긍정적 효과를 맛보았다.
애초에 글을 좋아하긴 하지만 편지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우체국을 통한 편지는 수신과 발신의 갭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게 하나의 재밌는 요소로 작용하더라
편지를 통해 나의 과거를 상대방의 현재와 연결하고
상대방의 과거를 현재의 나와 연결하게 되면
결국은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내가 연결된다.
어려운 설명 없이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머리 아픈 걸 싫어한다면
편지를 써보면서 상대성이론을 체험하길 추천한다
그것 말고도 편지를 통한 말들은 무게감이 생긴다
특히 군대같이 사회와 단절된 곳은 더욱 더
읽는 것도 재밌지만 쓰는 것도 재밌어서
거의 매일 밤 자는 시간을 줄여가면서 쓰기도 했다
깊고 묵직한 글들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군대에서 몸무게도 많이 늘었다 (+6)
몇 년 간 63kg으로 살다가 앞자리의 7을 목격하니 꽤나 새롭더라
여기 식당 밥도 맛있고 짐도 시설이 좋아서
먹는 양과 운동량이 두 배는 는 것 같다
다들 많이 먹고 운동 열심히 합시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전히 많다
특히 미군부대의 생활은 새로운 것도 많아서
평소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지만
군부대 내에서 사진을 못 찍다 보니... 쓰는 내가 별로 재미가 없을 듯하다
그래도 차차 어질러진 이야기들을 정리해보도록 노력하겠다
책도 많이 읽어서, 할 얘기는 많다
그리고 시간도 많으니 차근차근 정리해야지

카투사의 특권 중 하나는, 주말마다의 외박이다
그리고 며칠 전 첫 외박으로 급행2를 탔는데, 역시나 별 감흥이 없었다
군대도 무욕과 무감정의 나를 바꾸지는 못하나 보다
평일에도 외출이 가능한데, 좀 귀찮아서 할지는 모르겠다만
그래도 블로그에 꽤 적을 것들이 있지 않을까
앞으로의 글들은 평소와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아무래도 매일마다 하는 일이 거기서 거기고
군대 안의 일들을 얼만큼 적을 수 있을지 몰라서
일주일마다 책이나 사색, 약속 위주로
아마 평소보다는 짧은 글들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최대한 자주 적도록 노력하겠다 (누군가의 압박도 슬슬 들어오고 있다...)
다음 글은 아마도 독후감일듯
간단한 복귀 인사 끝
앞으로 자주 만나길 기대하며
-새로운 실험, Chapter2 1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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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에세이/S. 인생 실험